2016년 1월에 시작한 프로듀스 101은 시청자들의 엄청난 이목을 끌었고 이는 프로듀스101 2의 제작으로 성공을 증명하였다. 101명의 소녀가 전해주는 약간은 충격적일 수 있는 모습들과 매주 반복되는 시청자 투표로 인한 무섭운 방출 시스템에 더해지었다. JYP나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하여 한국의 SM과 YG 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의 기획사들이 참여한 기획이었다. 프로듀스101 프로그램은 결국 최종회(2016년 4월 1일) 기준 4.383%(닐슨코리아)이라는, 케이블 프로그램으로서 괄목할만한 시청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초회차 시청률 1.042%에 비해 4개가 넘는 시청률의 성장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것은 뉴스나 블로그 그리고 커뮤니티나 SNS에서의 화제성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하여 산출되는 ‘프로그램 화제성 지수’에서 당당히 상반기 1위(비(非)드라마 부문)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idol 서바이벌의 계속되는 런칭과 발전
프로듀스 101에 대한 놀랍도록 뜨거웠던 반응은 일본 프로그램의 카피캣이라며 비난받던 것과는 달리 의외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더욱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방송계에서 그동안 생각했던 아이돌 서바이벌은 이미 사용할 만큼 사용한 구닥다리의 낡은 소재로 여겨졌었기 때문이다. 당장 1년전의 가까운 프로그램만 찾아보더라도 트와이스라는 초특급 괴물 아이돌 서바이벌을 탄생시켰고, 보이그룹인 몬스타엑스로의 데뷔을 위하여 연습생들의 뜨거운 경쟁을 그려내었던 No Mercy 등이
전파를 탔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그룹에겐 주목이 갔을지 몰라도,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주목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지금까지의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달콤한 재미를 본 건 양현석의 YG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겠다. 10여년 전에 데뷔한 그룹 빅뱅이 현제의 형태로 완성되었던 것은 2006년
MTV 코리아를 통해 방송된 리얼다큐 빅뱅으로 인한 것이였다. 6년간의 동고동락을 함께한 연습생 멤버들의 정식 YG 가수로의 데뷔까지의 고되고 험난했던 여정을 보여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 형식에 가까웠지만, 프로그램 진행 중 장현승이 최종 데뷔에 실패하거나 다른 빅뱅 멤버들이 탈락할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 등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약간의 서바이벌 방식을 일부 가미한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외에도 최근 YG 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로 급부상하여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보이 그룹인 위너(WINNER)나 아이콘(iKON)은 모두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큰 화제를 모아 데뷔하게 되었었다. 단순하게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존을 그린것이 아닌, 한 팀이라는 데뷔를 목적으로 구성되어진 그룹 간의 서바이벌이라는 특징이 그간의 특징이라고 볼수 있겠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향한 열렬한 주목은 승자인 위너 그리고 패자인 아이콘까지 모두 정식으로 데뷔하게 하는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
이렇게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진화해왔다. 그러나 자칫 ‘그들만의 리그’라는 세상에 가치지 않을까 끝없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던 아이돌 서바이벌 포맷에 최근 예상하지 못한 서광이 내리게 되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향된 것이다.
2009년 시작하여 8년째를 맞이한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 할수 있는 슈퍼스타K는 7번째 시즌이었던 지난해의 생방송 경연 시청률을 살펴보면 줄곧 2% 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저조한 결과를 기록하며 앞으로의 슈스케 프로그램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게되는 불쌍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2016년에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하나 마지막 시즌이라 공표하였던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SBS)나 슈스케의 성공을 보며 야심 차게 준비하였으나 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채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리게 된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MBC)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안게 되었다. 각각이 방송 시기나 인기와 화제성의 정도가 달랐으나 결국 모두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모두 사라졌으나 놀랍게도 혜성처럼 새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하게 되었다. 더 이상 참신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아이돌 오디션과 함께 패망의 길을 걷기 시작한 서바이벌 오디션이 합쳐져 프로듀스 101이란 괴물을 게 되었다. 그
동안 왜 합쳐지지 않았을까 의의스러울 정도로 이러한 이질감없는 일체감을 자랑하는 두 요소의 한집 살림이란 프로그램 포맷은 꽤나 흥미로운 변수들을 가져오게 된것이다.
기존 아이돌 중심 프로그램의 대상은 특정 그룹이나 어떠한 특정 기획사 소속의 데뷔를 앞두고 홍보를 위한 연습생으로 한정 된것과 달리, 프로듀스 101이란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대상을 한국에 존제하는 모든 아이돌 기획사와 연습생으로 확대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경 덕분에 동 소속사 대표나 연관있는 선배들만이 연습생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역할을 맡아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던것과는 달리, 프로듀스 101 프로그램은 자연스고도 당연하게 시청자들이 투표를 하고 그 결과로 멤버가 선발되어지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러한 덕분에 아이돌 팬덤만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기존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프로듀스 101의 시청자들은 남녀노소 심지어 국적까지 가릴 것 없이 폭 넓게 분포되었다고 하겠다.
그야말로 연습생들이 외치던 ‘국민 프로듀서’들의 탄생을 널리 알린 것이었다.
그렇게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 <프로듀스 101>은 모두 알다시피 무척이나 커다란 성공을 거
두었다. 전소미와 김세정처럼 화제의 스타들을 배출한 것은 물론, 프로그램의 진행자이자 ‘대표’
역할을 맡았던 배우 장근석의 주가까지도 끌어올렸다. 2016년 상반기 기준 프로그램 인지
도나 화제성에 있어 이를 능가한 프로그램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정도였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뜻밖의 선전을 제외하고는 별달리 큰 화제가 없었던
가요계 역시 혜성처럼 등장한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과 스타의 탄생에 아
낌없는 환호를 보내기 바빴다.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열한 명의 소녀
로 이루어진 그룹 I.O.I는 결국 지난 5월 성공적으로 데
뷔했다.
열매가 달콤했던 만큼, 논란도 쓰디썼다. 소녀들의 꿈을 이용
해 방송사가 돈을 번다는 비난은 물론,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수십 개의 기획사가 함께하는 데서 나올 한계와 잡음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
작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점들은 그와는 상관없는, 프로그램 내부에 도사린 상식 파괴와 한계로
인한 것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건 ‘투표로 멤버를 뽑는다’는 콘셉트의 유사성과 불공적 계약 논란이었다. 콘
셉트의 경우 방송 전부터 꾸준히 언급되었던 일본 걸그룹 AKB48의 ‘총선거’ 시스템이 문제가 되
었다. AKB48은 새로운 싱글이 나올 때마다 20명의 활동 멤버를 선발하는 ‘총선거’를 실시한다.
이 유례 없이 독특한 시스템은 100명이 훌쩍 넘는 구성원을 보유한 AKB48만의 독자적인 영역
으로 여겨진 지 오래였다. 개성 있는 아이디어의 차용 정도에서 그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트 구
성, 선발 이후 멤버의 얼굴을 잡는 방식, 그에 입히는 CG까지 흡사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프
로듀스 101>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크게 비난받았다.
더욱 심각한 건 프로그램과 연습생 간의 계약 조건이었다. 우연히 유출된 계약 문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 불공정 계약의 양상은 일종의 인권 침해로 해석될 여지까지 있었다. 특히 0원
으로 책정된 출연료, 그리고 제작사의 의도적인 편집으로 출연자에게 개인적인 피해가 발생하더
라도 민형사상 이의를 전혀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된 조항이 비난의 중심에 섰다. 결국 공정거래
위원회가 나서 프로그램 제작사인 CJ E&M에 계약 조건과 관련된 불공정 약관 12개를 바로잡도록 지시했다.
무모했던 새로운 도전의 소년 24
이러한 격동을 거친 뒤 탄생한 <소년 24>는 조금 더 촘촘해진 구성으로 화답한다. 아이돌 그룹
이 소재라는 점과 서바이벌 형식으로 최종 멤버를 선발하는 점 때문에 남자판 <프로듀스 101>
이라는 오해도 종종 받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소년 24>의 궁극적인 지향은 ‘극장형 아이돌’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최종 선발된 24명의
멤버는 명동에 위치한 전용 공연장에서 1년간 라이브 공연을 하게 된다. 24명은 다시 12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번갈아가며 공연과 신곡 발표 등의 프로모션을 병행하고, 둘 중 선정된 최종 유닛
이 아이돌 그룹으로 정식 데뷔한다는 시나리오다. 서바이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극장형·공연형 아이돌의 탄생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인 것이다.
소년들의 꿈을 볼모로 한다는 비난이나 속칭 ‘악마의 편집’ 논란은 여전히 피할 수 없을 것이
다. 하지만 그 외에는 <프로듀서 101>이 가지고 있던 문제적 요소를 다수 해결한 모양새다. <소
년 24>는 현재 소속사가 없는 개인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해 소속사 규모에 따른 파워 게임이라
는 의심을 줄였다. 발탁과 함께 정식 계약이라는 부푼 꿈도 쥐여주었다. 멤버들은 보다 수수하고,
마치 욕망의 전시처럼 101명의 소녀를 거대한 세트 위에 세워두었던 충격적인 비주얼도 없다.
<소년 24>는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프로듀스 101>보다는 같은 채널에서 방영되었던 댄
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 9>과 가까운 인상이라는 평이 많다. 재미있는 건 비인간적이고 자
극적인 면이 사라진 만큼, 프로그램을 향한 주목도 덜하다는 사실이지만 말이다.
끝나지 않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탄생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붐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
금 당장 기획 중이거나 제작 중인 프로그램만 해도 FNC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보이그룹 서바이벌
프로젝트 , 큐브엔터테인먼트의 펜타곤 메이커, 핫한 성공을 이룩한 ‘남자 버전인 프로듀스 101 시즌2 ㄱ리고 7월 중순 새롭게 시작할 아이돌 학교 등 다양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아이돌’과 ‘서바이벌’이라는 두 단어 사이 무한한 가능성을 엿본 기획사와 제작사들은 당분
간 이 행운의 동아줄을 결코 놓지 않을 것이다. 혹독한 서바이벌을 거친다 해도 데뷔 가능성은 여
전히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꿈에 이끌린 아이들의
도전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눈앞에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 끝 없는 경쟁과 잔인한 실패의 서사는 그저 손가락
질만 하기엔 너무도 우리의 일상을 닮았다. 그 풍경을 두고 단순히 ‘비인간적’이라거나 ‘비윤리적’
이라는 낙인만 찍는 것은 오히려 이 소용돌이 속에 들끓는 수많은 이의 욕망과 열정, 꿈과 희망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는 속 편한 재단일지도 모른다. 불공정한 계약, A나 F로 표현되는 잔인한 등
급 매기기, 악마의 편집이나 몰래카메라 등 대상을 선정적으로 소비하는 요소들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할 수만 있다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꿈을 꾸는 소년 소녀들’을 위해 준비된
가장 빛나는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