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송 지형에서 인기를 끈 리얼리티 쇼(reality TV)는 한국 텔레비전에서 2006년부터 붐 을 형성하며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트렌드를 형성했고, 이제 리얼리티 쇼의 한 포맷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 뒤를 있고 있다. 리얼리티 게임쇼 포맷으로 케이블 채널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오 디션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 3사의 주말 오락 시간을 장악하면서 ‘금토일은 오디션 프로그램 보 는 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다. “슈퍼스타 K”(Mnet), “위대한 탄생”(MBC), “톱 밴드”(KBS), “기적의 오디션”(SBS) 등 오디션 프로그램 의 증가로 인해 ‘오디션 공화국’ 이란 말이 나올 정도이며,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산업과 정치부문 등 사회 곳곳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에서는 사내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디션 행사를 도입하고, 정당의 정치활동에도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제기 될 정도이다.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세계적 방송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이 미디어 산업과 연계되고 미디어 수용 범위가 세계화되면서 세계적인 미디어 트렌드의 지역적 수용이나 변형이 어느 때보다도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IPTV, 스마트TV, 종편 채널의 진입 등 한국 방송 환경의 변화는 일정한 규모의 광고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각축전 형태가 되었고, 그 어느 때 보다도 방송 프로그램의 성과가 중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검증된 포맷으로써 한국 방송에서도 안정적 시청률을 확보하는 것으로 밝혀진 ‘리얼리티’ 중심의 다양한 방송 포맷은 한국 의 방송 환경에도 용이하게 정착하게 됐다.
해외에서 유통되는 프로그램 포맷에서 게임 유형이 감소하고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유형이 증 가하는 추세인데 비해 한국에서는 게임 유형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정윤경․ 전경란, 2010). 게임의 유형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국 사회에 열풍을 일으키는 배경에는 세계 적인 리얼리티 쇼 트렌드가 한국에서 수용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다양한 포맷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 쇼가 한국에서 정착하는 과정은 전문 연예인 중심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로 시작되었고, 차츰 일반인 중심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연예산업의 촉매제 로 작용하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리얼리티’를 소재로 하는 포맷의 확장․변화를 의미하며, 지난 5년간 주축이 되었던 연예인 중심의 리얼리티 쇼 트렌드를 일반인에게로 개방하는 방식으 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방송 환경의 지구적 변화와 신자유주의적 경쟁에 치열하게 내몰린 방 송 산업이 쉽게 안정적 시청률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포맷에 관심을 갖게 된데서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방송 수용의 범위가 지구화된 맥락에서 어느 정도 관습화되어 낯설지 않은 익 숙한 코드로 인해 시청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시청률 확보가 용이한 포맷을 방송산업은 선 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연예정보가 각종 미디어의 주요 콘텐츠를 생산하는 재료가 되 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롭게 생산되는 연예계 소식과 새로 탄생한 유명인에 관한 이 야기는 연예 소식 중심의 미디어들을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시청자의 관심을 끌만한 흥미있는 이야기 제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재의 미디어 업계는 관습화된 포맷과 새로움을 겸 비하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연예계 정보를 제공하는 포맷에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용자와의 관계를 긴밀히 반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수 용자와의 관계에 대해 탐구할 필요가 제기된다. 리얼리티TV의 한 형태로 정착한 오디션 프로그램 이 수용자로 하여금 이 프로그램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은 무엇이며, 잠재적인 참가자이 자 평가자로서 수용자가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에 개입하는 방식이 리얼리티 형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이 미치는 사회문화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자 한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을 형성하는 시초가 된 M.net의 슈퍼 스타K에 대한 분석을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리얼리티와 사회문화적 함의를 논의하고자 한다.
세계 연구 트렌드
한국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포함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증가는 세계적인 리얼리티 텔레비전 포맷의 대중화와 연관된다. 이 현상은 텔레비전 산업모델의 세계화와 개별 국가의 문화가 지닌 탄력성에 대응하는 국내외 기업들의 노력이 세계화되었기 때문이다(Waisbord, 2007). 특히 국 가마다 미디어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의 확대는 세계적인 포맷 유통의 원인이 되었고, 이러한 세 계적 포맷 유통은 세계화의 한 증거로써 국가마다 다양한 방식의 포맷 트렌드 형성을 통해 텔레 비전이 세계적인 동시에 지역적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McClain, 2010).
세계적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포맷 형태로 유통되면서 새로운 포맷의 개발과 기존 포맷의 변형을 통해 방송산업을 활성화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포맷은 프로그램을 분절하여 다양한 형 식적․내용적 요소들을 배열하여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텔레비전의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일정한 분절과 반복적 속성을 보이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포맷의 형태가 잘 드러난다(정윤경․전경란, 2010). 특히 게임쇼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포 - 9 - 맷의 70%를 차지하여 대본이 존재하지 않는 오락 프로그램이 포맷 유통의 절대적인 우위를 차 지한다고 할 수 있다(은혜정, 2008). 이는 일정한 포맷을 유지하면서 지역적 요소를 전유할 수 있는 ‘과정 중심의 프로그램’(이경숙․조경진, 2010)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속성이기 때문이기 도 하다.
한국에서도 특정 오디션 프로그램의 안정적 정착이 확인되자 다양한 소재와 방식의 오디션 프 로그램이 다수 편성되는 것도 이들 프로그램에서 포맷의 변형과 새로운 창작이 다른 어떤 장르 보다도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오락프로그램의 특수성에 기인하여 오디션 프로그 램의 포맷인 리얼리티 게임쇼는 세계 방송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적극적으 로 포맷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유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Hill, 2005). 최근 한국 방송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리얼리티 쇼가운데서도 특히 경쟁과 게임을 목표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공통 된 하위 포맷에도 불구하고, 다른 프로그램의 형식적 요소들을 포함하여 소재, 목표, 수행 방식 등을 변형하여 포맷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포맷의 유형과 관계없이 게임적 요소 나 리얼리티, 퀴즈, 인터뷰, 인터랙티비티 등 포맷의 하위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기존의 장 르 구분이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이는 전지구적 수용자들에 대한 소구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인 기 포맷이나 프로그램의 요소들의 결합이나 합성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정윤경․전경란, 2010).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핵심 포맷은 ‘관찰/감시’, ‘경쟁포맷’, ‘개인 인터뷰 그리고 전문지식 의 개입’등으로 나타나고(김수정, 2010), 이 포맷안에서 참가자 개인의 행위와 프로그램의 목표 달성과정에 초점을 두고 재미를 생산한다. 이러한 공통된 특성을 보이는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상 당 기간 진화 과정을 거쳐 여러 종류의 하위 장르로 세분화․파편화됐다(김영찬, 2006). 이들 리얼리티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은 미대본 구성과 과정 중심의 스토리 전개방식을 통해 도전과 경 쟁의 가치를 생산하는 토대가 되었고, 오디션 프로그램 또한 이러한 형식을 공유한다. 경쟁을 목 표로 하는 게임의 성격을 지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공통적으로 초문화적 원칙들, 동질화된 적응 이나 수용을 필요로 하는 모든 국가들에 적용가능한 문화적 원칙들을 추진하기도 한다(이경숙․ 조경진, 2010). 이 과정에서 지구적 차원의 유사한 가치나 관습이 확산되거나 재전유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도전이나 경쟁의 가치가 이들 장르에서 주요 장치가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 수용자층이 젊은이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Frau-Meigs, 2006). 글로벌 리얼리티 게임쇼인 <프 로젝트 런웨이>와 <도전! 슈퍼모델>을 분석한 김수정(2010)은 글로벌 장르로서 리얼리티 프로그 램이 여러 기존 장르를 혼합하며 급격히 진화하였다고 주장한다. 2000년 이후 ‘리얼리티 게임쇼’ 유형이 대세를 형성하면서 무한경쟁을 하는 시기를 경험하고 있으며,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공 통적으로 실제 인물(real people)과 대본없는(non-script) 행위라는 두 가지 특성에 의해 정의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뿌리를 둔 오디션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게임쇼의 한 형태로서 정 해진 목표를 위해 실제 인물이 대본없는 행위를 통해 공개적인 경쟁을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주 는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의에 기초하여 오디션 프로그램 또한 리얼리티의 핵심인 진정성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진정성 주제는 여전히 논란의 핵심에 있으며, 진정성 주제는 리얼리티 쇼의 핵심이다(BanetWeiser and Portwood-Stacer, 2006). 이는 수용자가 여전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장르에 있 어 진실성 혹은 진정성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제작 과정에서 어떻 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탈신비화하며, 과정을 보여주는데 충실하다. 사건이 실제로 일 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필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장치로는 과정제시, 편집, 제작진과의 대화 등인데, 이러한 요소가 그 자리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들이다. 즉 결과보다는 과정을 보여주며, 과정이 곧 결과가 된다(이경숙․조경진, 2010).
경쟁의 의식을 치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의례를 수행하는 리얼리티TV의 한 포맷으로 그 자 체가 하나의 우주를 재현하는 닫힌 공동체이기도 하다(Blackstock, 2007). 이러한 프로그램의 우주 안에 참가하는 참가자와 프로그램의 또 다른 참가자로서 수용자의 관계는 서로 순환하고, 이 프로그램 안에서 수용자의 상호작용성 강화와 수용자의 결정권을 통한 권력 강화는 수용자와 텍스트의 관계, 생산과 소비의 관계를 재평가할 것을 요구한다(Holmes, 2008). 이들 프로그램 에서 수용자는 기존 텔레비전 텍스트와는 다르게 위치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수용자 참여의 강 화를 통해 나타나는데, 수용자 참여의 강화는 전통적인 텔레비전 텍스트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경계를 허무는 작용을 한다. 여기서 수용자의 역할은 단순히 관객의 입장을 넘어서서 언제든 참 가자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며, 수용자의 상호작용적 권력은 프로그램의 서사를 구축하는 요소 가 됨으로써 수용자는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오게 됐다(Andrejevic, 2004).
수용자에서 참가자가 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볼거리로서 경쟁의 의례를 위해 사회나 이웃으로부터 완벽히 격리되어 관음의 대상이자 관찰 대상으로 위치하게 된다. 수용자에서 참가 자의 위치로 변화한 출연자들은 경쟁을 위해 평가의 대상으로서 사회의 영향력으로부터 차단된 다. 오직 이 프로그램의 우주 속에서 미디어의 권력을 대리하는 심사위원과 수용자의 평가만이 출연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으로 설정된다. 이렇게 사회로부터 격리된 경쟁의 장은 오 염되지 않은 청정지대와 순수한 지역으로써 오직 수용자에게 보여지기 위한 장치로써 진정성을 생산하며, 수용자에게 절대 권력을 부여하게 된다(Blackstock, 2007). 이렇게 권능화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용자는 그 위치의 가변성을 통해 리얼리티를 생산하면서 전통적 수용자와는 다르 게 텔레비전 밖의 수용자이자 텔레비전 안의 수용자로 전이될 수 있다(Holmes, 2008). 이들 오디션 프로그램의 수용자는 참가자에서 스타 곧 유명인(celebrity)의 위치로 전환할 수 있음을 토대로 미디어 세상에 관여하게 된다. 이 과정은 스타의 권력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민주화하는 것처럼 보이고, 미디어와 일반인의 위계질서에 도전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디어의 권력을 강화하고 위계질서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Holmes, 2008). 이러한 권력관계는 수용자의 권능화를 통해 무화된 것처럼 보이는데,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되고 유통되는 유명인의 가 치는 직접적으로 수용자의 양에 의해 측정되기 때문이다. 이들 신흥 유명인의 성공은 자신을 소 비할 지속적인 수용자를 형성하는데 있으며, 수용자의 관심과 주목의 힘은 신흥 유명인의 지위를 재생산하는 요소로써 수용자의 권능화(empowerment)처럼 보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 - 11 - 화상품으로서 신흥 유명인의 가치는 불안정하고, 이들은 미디어와 수용자, 미디어와 미디어 간의 권력관계 안에서 존립하게 된다. 이들 유명인에 대한 의미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축적될수록 수용자와 팬은 그들이 해독할 수 있는 유명인에 관한 텍스트들에 다양한 방식으로 관심을 갖는 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배출된 이들 신흥 유명인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상호텍스트적으로 유통 하게 되는데, 이들은 연예뉴스나 각종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수용자의 관심 을 지속시킬 장치를 추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미디어간 상호텍스트성을 확 장하고 유명인의 삶을 소비할 창구를 공유하며, 오히려 유명인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매체의 권력 은 강화된다. 따라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수용자의 관람과 참여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자 미디어산업이 필요로 하는 저자본의 유명인을 탄생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오디션 프로그램은 유명인이 탄생하는 노동 과정을 보여주고, 유명인의 탄생은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확 보하는 전략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일반 수용자를 개입시키고 참여를 유도하며, 수용 자이자 참가자가 될 수 있다는 이중의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수용자가 참가자나 유명인이 될 수 있다는 판타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미디어에서 구성된 세계를 현실 세계처럼 접근가능함 을 암시한다(Collins, 2011).
이러하듯 오디션 프로그램이 구성한 세계는 오락을 위해 리얼리티를 창출하는 접근가능한 만들 어진 유사사건(pseudo-event)이다. 유사한 세계와 유사한 권력을 보여주는 유사 사건을 갈망하 는 현대인이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 리얼리티 TV를 통해 만들어진 유사사건(pseudo-event)에 빠져드는 것이다(Boorstin, 1992).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사사건을 구성하면서 경쟁이나 게임의 포맷을 핵심적으로 사용해도 그 초점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개인’ 또는 개인이 보여주는 ‘자아’에 놓인다(김수정, 2010). 그런 의미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또한 개인에 대한 감시의 수사 학을 강조하는 것으로 지적되며(Andrejevic, 2004), 더 나아가 통제사회의 확장으로 보는 학자 도 있고(Bratich, 2006), 인간의 변형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둔다는 비판도 받는다(Heller, 2007).
경쟁을 목표로 하는 이들 프로그램이 자본주의와 부에 대한 일방적 찬미와 동경을 자연화시키 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물불 안가리는 참가자들 중 최후의 승자 일인이 모든 것을 다 차지하 게 하는 경쟁 구도를 설정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자본주의 상품으로의 변신 내지 변화를 위해 애쓰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으로 포장되어 그려진다 는 점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김영찬, 2006).
연구방법과 분석대상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동안 수회 케이블 방송의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면서 케이블 방송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인 18.1%를 기록하며,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시초가 된 M․net의 ‘슈퍼스타K’를 분석 대상으로 한다. 슈퍼스타 K는 시즌제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으로 2009년 7월 부터 시즌 1이 방송되었고, 시즌 2는 2010년 7월부터 3개월간 방송됐다. 또한 2011년에는 시즌3을 위한 예선이 진행되고 있다. 대국민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써 전국 8개 지역에서 예선을 치루고, 예선의 최종 통과자는 서울 슈퍼 위크에서 TOP 10(시즌 2에서는 TOP 11)을 가려 생방송 무대에서 서바이벌 오디션 을 치루는 방식이다. 우승자는 M․net의 연말 시상식인 MAMA 출전권, 상금과 상품, 그리고 자신의 곡을 부여받고, 이 프로그램 출신의 가수로서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방송에서 활동하게 된 다. 시즌1에서 심사제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심사규정과 운영방식이 시즌에 따라 변경되기 도 한다. 시즌1은 심사위원 점수(60%)+인터넷 사전투표 점수(40%)로 평가가 이루어졌다면, 시즌 2는 심사규정을 심사위원 점수(30%)+인터넷 사전투표 점수(10%)+대국민 문자투표 점 수(60%)로 변경하였다.
참가자의 탈락과 심사에 대한 논란에서 벗어나 비교적 안정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으 로 정착한 ‘슈퍼스타K 시즌2’를 실질적인 분석대상으로 삼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리얼리티’가 생산되는 방식은 어떠한 기제를 통해 이루어지고, 수용자의 참여와 평가가 프로그램 제작과정에 개입하는 방식이 리얼리티 형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 램의 열풍이 미치는 사회문화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슈퍼스타K 시즌 2: 기적을 노래하라! (2010)>의 방송분 18회의 에피소드를 분석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구자는“리얼리티”가 텍스트안에서 재현되는 관습과 가치, 그 함의를 분석하기 위해 배경, 인물, 서사구축 방식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였다.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의 하위 장치들의 특 성을 구분하고, 리얼리티가 생산되는 방식을 드러내기 위해 서사분석을 차용하였다. 텍스트안에 차 용되는 계열체적 요소와 통합체적 요소들을 분석하여 텍스트 안에서“리얼리티”가 재현되는 관습 의 형식적 차이와 이들이 생산하는 가치에 주목하고자 한다. 따라서 채트만 (Chatman, 1978/2001)의 서사이론을 토대로 이야기가 구축되는 방식에서 “리얼리티”가 어떻 게 재현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서사(narrative)는 어떠한 일이 발생하였는가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어떻게 표현되었는가의 담화로 구분된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기본요소인 사 건, 인물, 배경 등의 선택에 대한 계열체적 분석과 계열체적 단위들을 인과성이나 그 외의 논리 적 법칙에 따라 의미있게 연결하는 시퀀스 분석 등의 통합체적 차원의 분석으로 세분화된다. 이 야기를 담아내는 담화는 매체의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는 것으로서 영상 텍스트의 경우에는 편집, 촬영 등을 통하여 어떻게 이야기가 표현되고 있으며 어떠한 시점으로 기술되었는지를 뜻한 다. 서사이론에 기대어 연구자는 반복적으로 시청하여, 이야기의 기본요소인 사건, 인물, 배경, 그리고 이들이 이야기로 구축되는 방식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기술하였다.
분석 결과
1) 휴먼다큐와 게임형 포맷의 조합을 통한 리얼리티 생산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여하는 이벤트와 도전과제, 등장인물의 종류에 따라 이야기 구성의 구체 적 형식이 결정되는 미대본 형태의 개방적 포맷으로 포맷과 목표이외에 그 무엇도 정해지지 않 은 상태에서 제작진, 수용자, 인물들이 이야기 구성에 적극 개입하게 된다(이경숙․조경 진,2010). 이 프로그램은 만들어진 유사사건이자 우주로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현장성을 강조하고, 프로그램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행사로써 일반 시청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 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 행사는 다음에도 개최될 것이며, 그 참가자는 일반인 누구나 될 수 있다 는 기대를 갖게 하면서 개방성과 지속성을 통해 일반인의 참여로 구성되는 것임을 전제로 한다. 이렇게 프로그램이 일반인에게 프로그램의 문호를 개방하고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프로그램을 미디어에서 만들어진 세계라기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실로 다가오게 한다. 이렇게 생산된 리얼리티는 누구나 현실의 문제에 주체로서 개입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으며 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판타지를 수용자에게 제공한다(Hasinoff, 2008).
분석한 프로그램은 일반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가수 선발 과정을 소재로 하며, 일반인 참 가자를 선발하는 지역별 3차 예선전, 본선진출자간 경쟁인 슈퍼위크, 예비가수의 지위를 얻는 생방송 결선 과정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경연 단계에 따라 프로그램의 하위 포맷도 변화된다. 이 미 예선을 치루기 이전부터 이 프로그램의 행사는 하나의 유사사건으로써 뉴스화되고, 대국민 참 가를 위한 채널의 홍보와 인터넷과 모바일(UCC와 ARS) 등을 통한 홍보와 예비선발 과정을 거 침으로써 본방송 6개월 전부터 경연은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예선과 본선 과정(12회)을 녹화 방송으로 진행하고, 결선과정은 생방송(5회)으로 진행하며, 사후 콘서트와 토크로 진행되는 에피 소드들을 방송한다. 예선전을 다루는 5회동안의 에피소드는 참가자 개인 각각에 관한 감동스토 리 중심의 휴먼다큐멘터리 포맷의 짦은 영상 클립과 개인 인터뷰, 심사과정의 에피소드, 지역별 예선 분위기에 대한 중계식의 영상 등으로 구성된다.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소재로 촬영된 영상들에 의미를 부여하여 이야기로 전개하고 전달 하는 역할은 관찰자와 중계자적 역할을 담당하는 나레이터에 의해 이루어진다. 나레이터는 참가 자 개인의 행위와 심리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며 경연과정을 전달하고 해석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프로그램의 취지와 의미를 부각시킨다.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관찰의 기법과 경쟁의 포맷, 전문인의 개입, 도전과제 수행, 개인 고백 기법 등이 하위 형식적 요소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경연 단계에 따라 강조되는 하위 포맷은 서로 변화하게 된다.
나레이터의 설명과 더불어 이야기의 전개는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의 대화에 부합하는 회상 장 면과 과거 영상 자료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방식은 프로그램이 경쟁을 소재 로 하지만, 경쟁 자체보다는 인물 개인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물들이 지닌 가족사와 개인적 상처 등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노래를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을 연결시켜 휴머니 즘을 창출한다.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게임쇼의 하위 포맷들을 모두 활용하지만, 예선과정의 에피소드에서 는 인물이 지닌 이야기들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휴먼다큐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다양한 일반인이 지닌 휴먼스토리와 정제되지 않은 행위가 프로그램의 웃음과 감동을 위해 이야기로 구 성되는데, 참가자 개인의 일상에 대한 영상이 오디션 현장의 참가자, 심사를 담당하는 가수들의 평가와 연결되어 이야기로 구성된다. 탈락과 합격의 순간에 대한 개인의 자기고백식 감정과 눈 물, 게임 포맷으로 제시되는 오디션 과정과 연계된 휴먼다큐형식의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삶이라는 리얼리티를 생산한다.
2) 경쟁을 통한 인물의 관계와 갈등의 극적 구성
게임 포맷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참가하는 인물이 누구든 관계없이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능 력자로 변형될 것을 강요하고, 이를 위한 경쟁과 노력을 중요한 가치로 제시한다. 고도로 인위적 인 경쟁 사건을 배치한 프로그램은 대인적 관계나 갈등의 수평적 역학을 프로그램에서 중요시 한다(Bratich, 2006). 프로그램에서 경쟁의 방식은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사회적 차원과 직면 한 도전과 미션을 수행하고 통과하는 능력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참가자 자신의 내면적 차원의 경쟁이 있다. 이들의 경쟁은 탈락 메커니즘을 통해 지속되고(이경숙․조경진, 2010), 참가자의 노래실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인내심, 단체 활동 능력 등의 다양한 인간 능력을 시험한다.
이러한 시험과정에서 인물들의 대인적 관계와 갈등이 중요하게 등장하고, 탈락과 합격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경쟁의 규범과 질서가 자연스럽게 내면화된다. 또한 경쟁을 통한 인물의 갈등, 탈락과 합격에 대한 긴장을 매회 극적으로 구성하여 최종회의 결말을 놓고 전개되는 드라마의 전개방식이 활용된다. 탈락을 두려워하는 인물들의 행위로 촉발된 갈등 이나 그에 대한 심리상태가 자기고백식의 인터뷰와 클로즈업된 영상화면을 통해 세밀하게 제시 된다. 또한, 갈등과 탈락의 결과에 대한 궁금증을 매회 남겨놓고, 다음 회에 이를 해소하면서 또 다른 궁금증을 결말에 남겨놓는다.
매회 벌어지는 갈등은 프로그램의 경쟁구도에 기초한 인물들의 능력과 관계로부터 기인하는데, 이들이 맺은 수직적․수평적 인간관계 속에 위치한 참가자는 경쟁으로 인해 어떤 관계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참가자와 그들의 가족 및 친지), 전문인(심 사자로서 가수, 조력자이자 관리자로서 매니저, 선배가수, 작곡가, 연극배우, 트레이너 등), 중계 자(나레이터의 목소리와 슈퍼MC 김성주, 보조MC 안혜경) 유형으로 인물을 구분할 수 있다. 중 계자들은 관찰자의 위치로서 인물의 관계맺기나 갈등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객관적 전달자 역 할을 하지만, 전문인들은 일반 참가자와 수직적 관계를 맺고 있고, 참가자들은 수평적 경쟁관계 속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슈퍼스타”, “이상형”, “동경의 대상”으로 위치한 가수이자 심사자들은 합격보다는 탈락의 이유 를 더 많이 이야기함으로써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세계가 매우 엄격하고 혹독한 현실이라는 의 식을 생산한다. 가수들은 경연과정을 거치면서 일반인을 능력있는 스타로 양육하는 양육자이자 조련사로서 재현되지만, 생사여탈권을 쥔 엄격한 집행자의 역할 또한 부여받는다. 이들은 경쟁의 치열함속에서 훈육자이자 양육자로서 참가자를 질책하고 응원하는 동시에 가수에 대한 판타지를 형성해주는 동경의 대상으로서 수직적 관계속에서 프로그램안과 밖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이들은 시청자가 참가자를 평가하는데 있어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 또한 수행하기에 수용자 와 참가자의 대리적 소통 창구라고도 할 수 있다.
예선전의 에피소드에서 병렬적으로 배치된 참가자들은 수평적 관계보다는 수직적 관계를 맺을 뿐이며, 이들이 보여주는 갈등은 자신의 삶속에서의 갈등으로써 인간적 흥미와 감동을 준다. 이 들 가운데는 슬픈 가족사를 지닌 참가자가 다수이며, 동성애자, 무당, 부적응 학생, 밤무대가수, 에로배우 등 노래를 하고 싶어하는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경쟁과정에서 제시됨으로써 현실에서 마주치는 이웃의 이야기로 제시된다. 이들 참가자들은 자신이 지닌 특성에 따라 분류되 어 제시되는데, 역경을 지닌 사람, 연예인과 관련있는 사람, 전공이 같거나 연령대가 같은 사람 등으로 유형에 따라 순차적으로 편집됨으로써 세상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류틀로 작용한다. 또한 예선전에 참가한 탈락자들이 보여주는 개인의 이야기는 부부애와 가족 애 등을 강조하면서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본선이 진행되는 슈퍼위크의 에피소드부터 참가자들간의 수평적 인간 관계와 소집단 역학이 작용하게 되면서 이들간의 경쟁과 갈등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인물들간에 나타나는 갈등에 대한 인터뷰와 팀별 활동이 이루어지는 현장스케치가 집단의 역학관계와 긴장감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된다. 실제 사례로, 슈퍼위크가 진행되는 동안 한 조원이 지각해서 팀원 전체가 밥을 못먹게 되는 상황과 그로 인한 갈등, 워스트 팀으로 낙인찍힌 팀들간의 조원 교체 상황 등 갈등의 상황 이 지속적으로 강조된다. 이러한 갈등과정을 겪는 팀분위기를 놓고 조원들이 인터뷰를 하고, 특 정 팀에 대해 심사위원인 박진영이 ‘여기가 약하다’라는 혼잣말을 보여줌으로써 팀내 갈등과 탈락 의 연관성에 대한 단서를 시청자에게 사전에 전달한다. 워스트 팀과 대비되는 베스트 팀의 버스 안 풍경을 교차해서 보여주고, 경선과정에서 팀원에게 탈락자를 추천하라는 곤란한 상황을 만들 어줌으로써 인물이 심리적 갈등을 겪을 것을 주문한다. 경쟁을 축으로 참가자간의 경쟁뿐만 아니 라 심사자로부터 듣는 평가와 탈락 결과 또한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예를 들면, 다시 공연할 기회를 주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가사를 잊어버린 팀의 전원 탈 락 사례는 실력있음에도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팀과 비교하여 패자부활전을 정당화하는 기 제가 된다. 또한, 경쟁의 상황과 행위의 이유를 적절히 제시해줌으로써 탈락을 임의적인 것이 아 니라 불가피한 선택으로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판단을 대리해서 수행하는 심사자들은 참가자들 의 갈등적인 행위와 탈락을 연결시킴으로써 경연 룰의 변경을 정당화하고 경쟁의 치열함을 극대 화한다. 또한, 경쟁에 임하는 참가자의 절실함과 절박함이 이 과정을 수행하는 힘임을 강조함으로써 개인에게 긴장을 요구하고, 프로그램 진행과정의 긴장감도 조성한다. 참가자는 프로그램이 제시한 명백한 목표를 수행하는 능력, 경쟁과정에 촉발되는 갈등, 경쟁의 역학을 토대로 인간관 계를 풀어간다. 이들은 미션수행과 목표달성을 위해 경쟁의 가치를 수용하고, 협력하거나 남들 보다 눈에 띌 수 있는 개인적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야 한다. 경쟁 능력이나 미션 수행 능력 등 경쟁 메커니즘은 참가자들의 사고에 깊이 스며들고, 인간관계에도 관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창출되는 갈등과 경쟁의 결과는 서사를 전개하는 축으로써 매회 수 용자를 유인하는 방식으로 극적으로 구성된다.
3) 수용자의 이중적 위치와 전도된 권력
외형적으로 볼 때 이 프로그램은 수용자의 참여와 평가가 프로그램에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포 맷으로써 수용자인 일반인에게 미디어의 권력을 분산시킨다. 이러한 권력 분산의 과정에서 수용 자의 위치는 이중적이다. 참가자로서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변적인 경계선에 위치한 수용자는 프로그램 안에서는 자신의 미래가 어찌될지 모르지만, 프로그램 밖에서는 당락에 영향 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존재이다. 이러한 게임포맷의 프로그램이 일반인의 참가를 허용하 고, 수용자의 평가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기에 참여민주주의를 증진하고, 유명인의 권력을 민주화 한다는 평가도 있다. 수용자 위치에 있던 일반인들이 참가자로서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 고, 프로그램 밖에서 참가자를 평가하는 인터넷 사전투표와 문자투표를 행사할 권력을 지니고 있 기 때문이다. 본선에 오른 참가자들은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어 생활하며, 오직 심사자와 수용자의 평가만을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그러나, 수용자였 던 참가자가 프로그램 밖의 수용자에게 직접 평가를 받음으로써 당락이 결정되는 대상이 되는 순간부터 이들은 유명인의 권력을 부여받게 된다. 이들의 권력은 수용자의 절대 양과 반응에 의 해 결정되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수용자의 반응이 어떤지 알 수가 없는 취약한 위치에 있음 에도 결선과정부터 이들은 스타의 권력을 향유하도록 관리된다. 그렇기에 수용자는 오직 문자와 인터넷 투표로 이들을 평가할 수 있는 결정권만을 가질 뿐이다. 이 과정에서 수용자는 심사자의 대리자이자 스타를 양육하는 한 사람으로서 평가에 참여하기도 하고, 팬으로서 적극적인 수용자 의 위치에서 특정 참가자를 지지하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들은 결선에 오른 후보자별로 팬클 럽을 형성하여 집단적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참가자의 점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라이 벌 가수를 탈락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들 적극적인 수용자는 결선에 참여한 참가자 들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집하고 팬클럽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투표에 영향 을 미치려고 하지만, 지지하는 참가자가 탈락했을 경우 시청과 참여를 거부하기도 한다. 시즌2의 결선에 오른 참가자들은 팬클럽을 통해 적극 활동하는 지지자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 팬클럽 (허각사랑, 갓블레스존, 메리제인 등)은 각각 자신이 지지하는 참가자의 생존을 위해 동맹을 제 안하기도 하고, 지지하는 참가자가 탈락했을 경우, 집단적으로 특정 참가자에게 옮겨가는 방식으 로 경선과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라이벌 팬클럽 간의 인터넷 논쟁과 비방이 일 기도 하고 팬싸인회 현장에서 서로를 방해하는 일도 벌어지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수용자 참여를 위해 예비경선 이전부터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수용 자 참여를 독려하는 장치를 텍스트 내부 곳곳에 장치한다.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사회자는 “대국 민 선택 무대가 지금 시작된다”, “대국민 문자투표로..”라는 말을 통해 수용자의 참여와 평가가 프로그램에 절대적임을 인식시킨다. 또한 프로그램 안에서 보여지는 청중의 반응과 지역별 예선 현장 스케치 영상 등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벌어지는 행사가 대국민 축제임을 부각시킨다. 일반 인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장면의 역동성과 열기를 강조하여 2002월드컵 응원전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수용자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한다. 각 지역별로 예선에 참여한 시민의 반응과 참여과정 을 상세히 전달함으로써 시민들을 동원하고 하나의 축제와 같은 행사로써 스펙터클한 영상을 제 시한다. 커다란 경기장에 모여드는 시민들과 카드섹션에 참여하는 군중들, 각 지역별로 슈퍼스타 로고를 이어 전달하는 영상, 경연장 안에서 뜨겁게 호응하는 관객의 모습과 관객으로 참여한 가 족과 친지의 모습들을 통해 축제의 한 장면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프로그램은 붉은 색과 흰색, 검은 색을 대비한 배경, 레드카펫 행사, 결선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무대와 객석 등을 보여 줌으로써 축제와 같은 장소감각을 형성함으로써 수용자들을 축제에 참여해야할 사람으로 자연스 럽게 동원하고 불러들인다. 또한, 프로그램의 생방송 결선 진행과정에서 수용자에게 지속적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결선에 오른 참가자들이 각각 지역을 대표하는 것으로 위치지움으로써 지 역별 수용자의 투표를 촉구하는 장치로 활용한다. 또한 시청자 명장면 뽑기를 실시함으로써 수용 자 참여를 다각화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수용자는 공식적으로 참가자의 위치와 평가자의 위치로 호명되고 참가자에게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되지만, 이들의 위치와 권력은 가변적이고 불안정하다. 또 한, 수용자로서 신흥 유명인의 지위에 오른 평가대상인 참가자와 프로그램 밖의 수용자의 권력관 계는 실질적으로 전도된다.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수용자를 불러들여 자신을 대리해 유명인 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 투입시킴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재생산하고, 신흥유명인에게 권력을 나누어주고 관리한다.
결론
현재 한국의 방송 산업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정적으로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 는 장치로 리얼리티TV의 한 유형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편성하였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 풍의 시초이자 케이블 시청률 역사를 다시 쓴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시즌2>를 분석하 여, 수용자와의 관계를 긴밀히 반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사회적 의미와 수용자와의 관계 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였다. 리얼리티TV의 한 형태로 정착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수용자로 하여금 이 프로그램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과 잠재적인 참가자이자 평가자로서 수용자가 프로 그램의 진행 과정에 개입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이 프로그램은 휴먼다큐멘터리 형식과 게임형 포맷의 조합을 통해 리얼리티를 생산한다. 이 프로그램은 만들어진 유사사건이자 우주로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현장성을 강조하 고, 프로그램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행사로써 일반 시청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임을 보 여준다. 참가자 개인에 대한 휴먼다큐적인 이야기와 경선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게 보 여줌으로써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인식하게 한다. 이렇게 리얼리티를 생산하여 누구나 현실의 문제에 주체로서 개입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으며 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판타지를 수 용자에게 제공한다. 또한 게임 포맷을 통해 경쟁과정에서 참가한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을 극적으 로 구성하여, 하나의 드라마와 같은 서사를 구축한다. 게임 포맷인 이 프로그램은 참가하는 인물 이 누구든 관계없이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능력자로 변형될 것을 강요하고, 이를 위한 경쟁과 노 력을 중요한 가치로 제시한다. 고도로 인위적인 경쟁 사건을 배치하여 대인적 관계나 갈등의 수 평적 역학을 중요시 한다. 이들의 경쟁은 탈락 메커니즘을 통해 지속되고, 참가자의 노래실력뿐 만 아니라 다양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인내심, 단체 활동 능력 등의 다양한 인간 능력 을 시험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고, 이렇듯 집단이나 인간관계 내부에서 발생하 는 갈등과 탈락의 결과를 극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종결을 향해 전개되는 드라마와 같은 극적 긴 장감을 창출한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능력을 평가하여 경쟁을 지속시키기 위해 심사자와 수용자의 평가를 절대적으로 반영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수용자는 공식적으로 참가자의 위치와 평가자의 위치로 호명되고 참가자에게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되지만, 이들의 위치와 권력은 가변적 이고 불안정하다. 또한, 수용자로서 신흥 유명인의 지위에 오른 평가대상인 참가자와 프로그램 밖의 수용자의 권력관계는 실질적으로 전도된다.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수용자를 불러들여 자신을 대리해 유명인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 투입시킴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재생산하고, 신흥유명인에게 권력을 나누어주고 관리한다.
이러한 점에서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게임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경쟁을 기본 서사로 하여, 출연하는 인물이 끝없이 경쟁하면서 경쟁질서에 적합한 인물로 변형될 것을 강조한다. 이 과정은 다양한 하위포맷의 활용을 통해 수행되지만, 경쟁의 가치를 생산하는 동시에 휴머니즘과 감동을 생산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휴머니즘을 표방하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휴먼다큐 형식을 주요 포맷으로 활용하고, 개인적인 아픔과 상처를 딛고 노력하여 경쟁을 통해 동경의 대상인 유 명인이 되는 과정의 감동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수용자의 미디어 접근성과 참여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경쟁에 내몰린 방송산업이 수용자들의 경쟁을 소재로 신흥 유명인을 창출하고 관리할 권력과 자신들의 권력을 재생산하는데 기여하면서 현대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가치를 재생산한다 고 할 수 있다.